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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모를 따름이죠.

베르체노바 영    Verchenova Young

 세종길드 소속

 34세 | 남 | 186cm | 62kg

각성나이
생일
결혼여부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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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불변하는 것이 있다. 백 정장과 리본으로 묶은 타이로 고지식함을 거부하는 것.

소비되지 않는 덧없음으로 치장하는 것.

그가 고수하는 것들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처음 그대로의 베르체노바를 연상토록 했다. 

꽁지깃처럼 길어진 뒷머리나, 얼핏 야윔이 느껴지는 체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소탈한 귀공자요 두 뺨의 점이 거울처럼 나란한 웃는 낯의 이사장이다.

PSYCHIC

The Happy Prince
행복한왕자

사유한 유형재산의 소비에 비례해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


범위는 소액부터 거액까지 제한을 두지 않으나, 가치를 수치화할 수 없는 특허나 저작권 등은 이능력 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시장경제가 붕괴할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자산은 부동산, 금붙이나 귀금속 등의 가치 불변의 현물로 보유 중이며, 이들은 소비 시 파괴되어 가치를 잃는다.


그의 이능력은 여전히 개인의 자산을 사회로 환원시켰지만, 수혜자라 주장하는 이는 더 없었다.

벼락같은 금전운은 다시 신이나 개인 노력의 덕으로 돌아갔고 비로소 왕자의 곁에는 제비 한 마리만이 남았다.

성격

무욕(無慾)무아(無我)무념(無念)무위(無爲)

천사 같다 했더니, 네 가지가 없더라.

 

베르체노바는 상기한다. 이것은 왕자의 이야기임을.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한 마리 제비였음을.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어느 술자리, 베르체노바는 제 유년을 회상했다. 입에 풀칠하지 못해 스물을 넘기지 못할 거라 여겼던 시절의 기억이다. 기억에 잔존하는 시간 동안 한 시도 충만하지 못했던 소년은, 수중에 무엇도 없는 것이 당연해 설탕 한 꼬집만으로도 온종일 행복할 수 있었다. ─무욕(無慾)의 배경이다. 모순적이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성년이 된 그는 고작 그 정도의 그릇으로 화수분을 품에 안았다. 차고 넘치는 것들은 금방 가치를 잃었고, 베르체노바는 사는 것이 꽤 시시껄렁해졌다. 때마침 그에겐 이타심이라는 보석이 있었고, 그것을 두 눈에 박아넣은 그는 옷을 바꿔입듯 왕자의 탈을 뒤집어쓰고서 자신이 정말 살신성인의 성자라도 된 양 의기양양해했다. ─이것을 무아(無我)의 증표로 삼겠다.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자타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다. 분명 비어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금박을 대충 입혀둔 적선의 균열은 금방 드러났다. “이제 그만 동화 속에서 나오세요.” 현실은 차가웠고, 베르체노바는 고집을 부렸다. 제 납 심장이 진귀할 줄로만 알았겠지만, 웬걸. 그는 왕자가 아닌 떠날 시기를 놓친 오만방자한 제비다. 진짜 겨울은 먼발치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금을 찾는 이가 네게는 공백이 없다 하더라.  “정확한 추론이에요.” 베르체노바는 수긍했다. ─무념(無念)한 지점이다. 그는 쉽게 수긍했고, 쉽게 동요한다. 어느 밤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듯, 베르체노바는 세종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노아와 같은 방주를 타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는 사람이 가치로 두는 것들을 이용해 힘을 과시하는 천성을 가졌고, 그것을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귀중함을 모르는 것은 인과율에 의한 주박이었고, 베르체노바는 한순간 타고 떠지는 별과 같이 제 모두를 소진하고자 했다. 모든 것은 조금의 감미(甘味)에도 행복할 줄을 알았던 치열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이상하게 들린다면 조언해 줘요,
가난쟁이가 되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무렵, 새로운 질서가 간섭한다. 베르체노바 영 스스로조차 간과했던 사실들을 엮으며.
비로소 깨닫건대, 그는 이미 치열한 삶의 중심에 있었다.


무욕(無慾)
누군가는 가장 빠르고 화려한 흐름이 되어주었다. 이 작은 위성은 해마다 돌아올 것이고, 364일을 살아가는 지금, 하루의 간절함을 안다.


무아(無我)
누군가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의 무엇도 되지 못한 부분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그가 당신을 붙들고, 당신이 그를 끌어올린다.

─관측된 별들만이 이름을 가진다고 했던가요. 그날 서울은 마지막을 고했지만, 조명이 모두 꺼진 하늘에는 비구름이 끼지 않았다.


무념(無念)
누군가는 이야기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손바닥 위에서 별이 빛났고,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고개를 돌려 다른 이에게 묻는다. ─정말 내게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는 그러길 바란다고 답했다.


─무위(無爲)
이것이 본래 그의 방식이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
무위(non-action)를 고수하며 닥쳐올 모든 일을 당연한 수순처럼 여기는 것.


하지만 베르체노바 영은 더 이상 절대적인 종말을 수긍하지 않았다.


행동의 입증을 위해. 닫힌 문을 두드리기 위해. 물질적이지 않은 금을 구하기 위해. 질문에 답을 내어놓기 위해. 돌아올 위성을 위해.

그래, 솔직하고 용감하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서는 예견된 마지막 장을 덮을 필요가 있었고, 그는 당신들의 틈에서 변함없이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크레딧의 배역은 ‘행복한 왕자’보다 나은 것이어야 하니까.

기타

복지재단 영(永)

게이트의 출현과 동시에 발 빠르게 모금과 기부, 재해 현장 복구 등에 조력하기 시작한 영 그룹의 자선단체. 각성자 베르체노바 영을 대표로 두고 세종 길드를 지원하고 있다. 전 대표의 영향으로 게이트 피해 아동을 지원하는 기관이 주를 이루며, 전 세계적으로 각성자에 대한 반감이 증가함에 따라 기부금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꾸준히 우려되던 재정문제는 2055년 ‘부실 배식 사건’으로 크게 화제가 되며 거센 비난을 샀다. 당시 많은 보육원이 문을 닫거나 이적했지만, 망가진 세상에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은 여전히 차고 넘쳤으며 영 재단은 여전히 복지와 문화 지원의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부실 배식 사건

2055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군 사건으로 각종 매체를 타고 보도되며 재단을 상대로 한 국가 수사까지 진행되었다.


발단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영 재단이 운영하는 보육원의 로고와 함께 열악한 식사가 찍혀있는 사진, 그리고 아이의 불만이 적힌 게시글이 삽시간에 퍼져나간 것이다. 재단의 유명세만큼 파장은 컸고, 검문 차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일부 보육원 아동들이 영양실조라는 결과를 받기 시작하며 영 재단은 기부금의 횡령 등의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서울 폐쇄 이후 길드 활동으로 바빠진 베르체노바를 대신해 복지업무를 담당하던 부대표가 재단의 존속을 우려해 예산을 삭감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그 시기와 게이트 피해의 증가로 인한 수용인원의 기하학적 증가가 맞물리며 복지의 현실적인 한계에 맞닥친 것으로 판명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구속되는 인원은 없었다.


하지만 민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좋지 않은 정세 속 자본가에 대한 반감에 각성자라는 사실까지 더불어 베르체노바는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그는 새로운 재주를 하나 터득했는데…


“읏차.”


이는 바로 ‘달걀 잡기’이다.
길을 걷는 도중 야유와 함께 날달걀이 날아드는 경우가 왕왕 생긴 것이다. 각성자쯤 되니 등에도 눈이 달린 듯 척척 잡아내는 모습이 제법 진귀한 재주처럼 보였지만, 환호보다는 한층 더 거센 비난을 받기 십상이었다.


‘굶주림의 분노로 달걀을 던지다니, 기괴한 발상이군.’


소중한 먹거리를 주머니에 고이 챙겨 넣은 그가 향한 곳은 영 재단의 강당이었다.
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세상에 밝혔던 이곳에서 베르체노바는 다시 한번 기자들 앞에 섰다. 웃는 낯으로 전 회장의 명성에 먹칠을 한 이래 세종의 일원이 아닌 이사장으로서 얼굴을 비추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오만방자한 세 치 혀가 또 어떤 망발로 세간을 뜨겁게 달굴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체노바 영의 행동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회장의 모두, 그리고 이 장면을 송출하는 액정 밖의 모든 이를 향해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시정하겠습니다.” 다짐을 화두로 엄숙한 사죄의 말이 이어졌고,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잠든 낯도 웃는 상이라던 상속자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에 젖어있었다. 그날 이후, 베르체노바는 오랫동안 웃지 않았다. ‘어떻게든’ 따위의 바지런함 정도론 해결되지 않는 실패가 타인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사죄는 죄를 인정한 증표가 되기도 했다. 전 국민 앞에 무릎 꿇은 젊은 상속가는 금방 처형대에 목이 놓였다. 사람들은 그의 소탈한 일상을  지지리 궁상이라 조롱했고, 부유한 모습을 보이면 제 배만 불리는 놈이라 비난했다. 그가 평소 음식을 남기면 화를 낼 것이라며 짐짓 엄한 모습을 보였다거나, 한 번도 이능력을 쓰는 일에 망설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 미공개 데이터입니다 -] 흉물이 되어버린 동상은 철거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르체노바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종말을 넘어설 벽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마지막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기 일쑤였다. 
크게는 건물부터 국외로 돌려두었던 외화, 진짜 보석이 박힌 장신구며 잘 입지 않는 옷과 신발들까지 이능력을 위해 처박아 두었던 것들을

당장 쓸 수 있을 화폐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값비싼 것들을 누가 사들이느냐고?

세상이 망할 것이란 예측들이 난무하는 와중, 공포와 허무함을 사치로 다스리고자 하는 부자들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베르체노바는 처음으로 자신의 힘, 즉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한 수치로 확인했고, 이 정도면 정말 산 하나 정도는 옮기겠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모든 재산의 사유권을 포기해 버렸다. 자금이 향한 곳은 당연히도 복지재단 쪽이었다. 
사유재산이 없으니 폭주할 일은 없겠다는 야유가 따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민중은 적어도 그가 그 나름의  처벌을 받았다며 납득했고,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자진해서 숙소 가장 위층의 작은 개인실을 고른 베르체노바는 황금빛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았다. 다락 같은 방이었고, 꼭 시작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새로운 시작이 그를 예전으로 돌려놓았을까?


그가 다시 웃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보육원 행사에 얼굴을 비친 이사장에게 한 아이가 쭈볏대며 다가간다. 대표로 발탁된 것을 보면 또래중 가장 붙임성이 좋을터지만, 어쩐지 눈치만 볼 뿐 좀처럼 입을 열지못하고 얼어있는 아이의 손에는 소탈한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억지로 시켰나보군.’


베르체노바는 할 일이 아주 많았기에 아무도 기쁘지않을 의미없는 행사를 어서 끝내고자 했고, 결국 제 쪽에서 먼저 손을 뻗었다. 


“왜 그러니, 어서 드려야지?”


원장까지 합세한 부추김에 어쩔줄을 모르던 아이가 기어이 눈물을 보인다.


“하지만, 이사장님은 이 꽃이 마음에 드시지 않나봐요. 저렇게 화난 얼굴로… 그래서 제가 꽃 같은 건 기쁘지 않을거라고 했는데…”


베르체노바는 화들짝 놀라 그제야 몸을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런, 아니에요. 나는…”


멋쩍은 듯 잠시 볼을 쓸던 그는 아주 오래간만에 입꼬리를 올렸다. “하얀 카네이션이네요. 직접 골랐나요?” 부드러운 어조의 물음에 벅벅 붉어진 눈시울을 닦아낸 아이는 그제야 말문이 트인 양 기운차게 조잘댄다. “네! 제가 골랐어요,은하수반  선생님이 카네이션의 의미가 존중이라고 가르켜주셔서…” “야 바보야~ 가르켜가 아니라 가르쳐! 그리고, 흰 색이 잘 어울린단 건 내가 낸 의견이잖아!” “저기…! 풍선은 제가 불었어요, 아무도 묶을 줄 몰라서 열 개나 묶어줬는데…!” 바짝 얼어있던 아이들 틈으로 그제야 나이에 걸맞는 천진난만함이 터져나왔다. 


“자, 얘들아. 이사장님께 인사 드리고 보내 드려야지.”


소란을 중재한 것은 원장이었다. 제 업적을 서로 자랑하기 바쁘던 아이들이 여러번 연습을 한 듯 한줄로 가지런히 서더니 웃는 얼굴로 입을 모은다.


“언제나 생각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맙소사. 꽃다발을 받아든 베르체노바는 햐얀 꽃에 냉큼 얼굴을 박았다. 
이번엔 제 눈시울이 너무 붉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동안 마치 다른사람처럼 진중하고 필사적이던 베르체노바는 그날 이후  조금씩 웃기 시작했고, 다시 여유를 내 보였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처럼 보였지만 퇴보한 것은 아니다. 


그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이 종말이라고 해도, 웃으며 맞이하기를 소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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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까지 가서 거저 받아온 능력자는 처음이네.”


베르체노바는 불행 중 다행으로 그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기가 한국이구나.’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관광객처럼 신이 난 그는 막 한국 각성자 관리국에서의 각성 검사를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결과는 C 랭크.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성적이라며 토로하는 노바에게 통역관은 이것도 ‘잠재력’을 보아 후하게 쳐준 것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래서, 그 ‘잠재력’은 언제쯤 발휘될 것 같나요?” 노바가 비죽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댄다.  “그러시면 못 씁니다, 도련님.” 영 재단 소속의 통역관은 진땀을 뺐다. 베르체노바가 말하는 잠재력이란 얼굴 한 번 보지 못 한 친부모, 즉 영 회장의 유산이기 때문이었다. ‘못 쓰긴, 다 쓸 건데.’ 코웃음을 친 노바는 길게 기지개를 켜며 어학원으로 향했다. 다 해져 반쯤 떨어져 나간 스니커의 밑창이 타박타박 경쾌한 엇박으로 복도를 울렸다.


-


노바가 능력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용돈을 타가며 꼼짝없이 유학생 노릇을 한 지도 2년쯤 되었다. 숨이 붙어있는 동안엔 후계에 대해 결코 입을 열지 않겠다는 노친네의 고집 덕분이었다. ‘나 독립할 거야!’ 시청하던 드라마의 주인공이 외쳤다.  대사를 받아적던 노바가 답했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특별히 비범하지 않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취업의 문은 그리 호락호락 열리지 않았다.


 [저희 길드는 B 랭크 이상의 능력자만 채용하고 있으므로…]


도착한 메일을 확인하던 노바가 ‘악!’ 성난 소리를 내며 벌렁 드러눕는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비 한 방울 떨구지 않는 하늘마저 아침부터 구름이 껴 우중충하기 짝이 없었다. ‘벌써 스물여덟 번째 낙방이던가…’ 보좌라는 명목으로 붙여둔 감시관이 그 꼴을 보더니 직업의식을 발휘해 조심스레 말을 붙여본다. “저…도련님, 영 그룹은 기부금 관련으로 태산 길드와 연이 있습니다. 재단 상속까지 조금만 참으시면…” “안 가. 부자들 틈에서 부자여서 뭐해요?” 양아치 출신치고는 예의범절이 바른 노바가 남의 말을 도중에 끊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이건 더 말해 봐야 소용없겠군.’ 감시관은 단념한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더니, “그래도 오후엔 날이 갠다고 합니다.” 하는 동문서답을 끝으로 다시 목석처럼 입을 닫았다. 요 복 받은 예비 상속인은 제 아버지와 관련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학을 떼고 봤다.  “잠재력이 있으면 뭘 하냐구요. 그 노친네… 자기 숨 붙어있는 동안 출신을 입에 올리면 상속권을 박탈해 버리겠다고 유언장까지 썼다는데.” ─쪽팔리긴 한 모양이지. 분을 삭이듯 의미 없이 태블릿 화면만 넘기던 노바의 시선이 불현듯 한 공모에 꽂혔다. ‘세종 길드 특별 공채 모집.’ 눈을 빛내던 노바는 잠시 엎드린 채 무언가 작성하더니, 언제 기분이 안 좋았냐는 듯 헤벌쭉 웃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후 세 시,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저기, 아깐 화풀이해서 미안했어요.”


외출하려는 듯 거울 앞에 서서 모양새를 가다듬던 그가 불현듯 다정한 소리로 사과를 건넨다. 이번엔 뭐지?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수행원은 별말씀을요, 하며 괜히 숨이 막히는 듯 정장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겼다. 덥석, 노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옷 좀 바꿔입읍시다.”

※NOTICE | 후관계는 [본인캐릭터 - 상대캐릭터 / 관계내용]의 양식에 맞춰 덧글로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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